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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직장인 에세이#2] 일상을 비트는 경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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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돈이 다 떨어져 버렸다. 

 아니, 소매치기에 의해서 돈이 다 털어져 버렸다.


눈앞에 있던 프라하성 입장권을 살 돈 조차 남지 않았다. 


그래도 2시간 뒤면  '나의' 조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그만이었다. 


럭셔리하게 시작했던 여행시작과는 많이 달라진 여행의 결말에 황당했지만

야간열차에서 나눠준 커피한잔과 빵이 눈물나게 고마운 상황에 괜스레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돈이 없으니,  부다페스트에서 프라하로 향하는 야간열차안에서 그동안 샀던 음식과 술은 배고픔을 달래는 식량으로 쓸 수 밖에 없었다. 


동행했던 친구가 집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헝가리에서 유명하다던 와인 3병을 구입했을때만 해도 효자소리 듣겠다 싶었겠지만 프라하에 도착했을 때 와인은 1병만 남았다.

마지막 남겨놓은 한병은 만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휘된 친구 내면 속에 효심 덕이라고 생각하고싶지만 가방에 너무 콕 박혀있어 발견하지 못했던것 뿐이었다

   
그날 좁디좁은 야간열차 2층 침대에서 병나발을 불며 나눴던 이야기는 기억은 흐릿하지만 꽤 재밌었던거 같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먹었던 김치찌개에 소주한잔은 정말이지 그립게 눈물나는 맛이었다.



에피소드2.

영화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몇일 후 떠났던 기차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꿈같은 사랑을 그렸던 내 상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한 겨울 남이섬 한켠에 있는 벤츠에 앉아 행복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던 그 순간도 내 처음 생각과는 달라진 웃픈상황이었다

약간의 비참함을 맛본 뒤 다시 돌아와 가족들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 고마움은 프라하에서 서울에 도착하마자 먹었던 김치찌개와 소주 같았다.  

다시 일상.

쳇바큇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한번 비트는 경험은 삶에서 잠깐 미소짓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일상을 한번 비틀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좋은 수단이다.

매번 계획처럼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음에 오히려 희열을 느끼고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했던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어떤사람인지 똑바로는 보는 순간이 온다.

얼마 전, 대구에 결혼식이 있어 오랜만에 기차를 타게 됐다. 전날 과음한 덕분인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기보다는 눈을 감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눈을 감는 순간 또다시 내 머릿속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무슨일 일어날까?' 피곤한 가운데에서도 프라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그때 처럼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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