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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직장인 에세이#1] 슈가맨에서 당신을 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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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회사생활을 마치고 명절이 되면 내려가는 고향, 요즘 다 커버린 동생들과의 대화할 주제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18년 추석은 좀 달랐다.

남동생이 우연히 보여준 유튜브 영상은 나를 곧장 중학생 시절로 되돌려 보냈고 꽤나 울컥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절대 tv에서 볼 수 없는 나의 가수가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한번은 보고싶었는데 볼 수 없었던 그 장면이었다.

그저 남쪽 지방 시골에 있는 중학생이었던 소년을 수백명의 리더로 만들어준 노래라고 하면 인생노래라고 칭할만 하지 않을까

절대 16살 소년이 공감 할 수없는 가사, 아니 지금도 사실 공감할 수 없는 가사.

현실 속에선 절대 존재 할 수 없는 노래의 세계관. 어찌어찌해서 대입해볼려고 해도 도저히 되지 않는 이 노래를 난 좋아했다.

얼굴 없는 가수 사이버가수 아담 ' 세상엔 없는 사랑' 내가 좋아했던 내 인생노래다.

mp3가 테이프처럼 늘어지는 거라면 아마 한없이 늘어져서 파일명이 보이지 않을 만큼 되버렸을 것이다.

'널 위해 죽어도 좋은 그런 사람있다면 행복할 것 같단 얘기했었니 그럼 넌 행복한거야 이미 가졌으니깐 그보다 더한것도 난 괜찮아 '

손발이 다 오그라드는 것을 넘어서서 없어질것만 같던 이 가사는 중2병을 지나 중3병을 향해 달려가는 내 감수성 퍼즐에 너무나 딱 맞는 퍼즐 조각이었다. 애틋한 사랑 한번 못해봤지만 사랑하면 죽을 각오는 그때는 있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노래는 그 가수를 좋아하게 만들었고, 프리챌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 소년을 만들어 냈다. 너무 열심히 활동해서인지 그 당시 클럽장은 군대로 떠나며 나에게 클럽 운영권을 넘겨줬고 나는 모자란 재원과 능력을 가지고 클럽을 열심히 꾸려 나갔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때 어리기만한 소년이 지금의 나라면 그 가수를 더 유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가진 것 없고 나약한 소년이었기 때문에 겨우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얼굴없는 팬일 수 밖에 없었다.

티비에서 노래를 마치고 뭔가 찡한 표정을 짓는 그 가수의 얼굴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도 주마등 처럼 뭔가 스쳐갔고 눈물샘도 뭔가에 몇방은 때려맞은 듯 했지만 남동생이 옆에 있는 바람에 꾹 참아버렸다.

글 쓰고 이렇게 마치며 이 노래가 인생노래가 된 이유가 단순히 나에게 팬클럽 리더라는 특별한 경험을 줘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내가 가장 순수했던 시절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유일한 노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끝 -

https://lovelyhoney.tistory.com/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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