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직장인 에세이#4] 그녀가 사라진 이유

반응형

감기에 걸렸다.
 
감기는 불치병이다.

그녀도 감기에 걸렸으면 좋겠다
그녀가 불치병에 걸렸으면 하는 바람이 차마 실현되면 너무 무서우니 감기쯤은 걸려서 고생 좀 했으면 싶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그녀에게 이정도 복수는 좀 귀엽다고 갑자는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째날은 그런데로 견딜만 했다.
어디 잠깐 나간거겠지 다시 돌아오겠지라는 가벼운 생각만 있었다.

둘째날부터는 첫째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 속에는 그녀가 잘못됐을거라는 막연한 상상뿐만 아니라 나를 버리고 갔을 것이라는 두려움의 싹도 함께 커지가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난 몸저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신경쇠약에 걸려 죽을 것만 같았다.
온몸에 힘이 빠져 팔다리를 가눌 수 없을 지경까지 왔다.

한달이 지난 후에도 그녀의 소식 한줌도 내 손에 쥘수 없었다.

일련의 이 모든 상황들이 감기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치료할 수 없는 병이지만 잠깐 푹쉬고 나면 다시금 일상생활이 가능한 그런 감기쯤이면 좋겠다는 생각말이다.

아니다. 감기에 걸려도 폐렴으로 죽을 수 있는 건가?

도대체 왜 감기처럼 약이 없는 상황들이 일어났는지 해결책도 없는 무의미한 생각 속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밖에서 나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다시 나는 눈을 떴다.
곧 나도 없어질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갑자기 들었다.


깊은 동굴속에 잠들어 있던 내 귓가에 들리는 낯선 음성

"이제 이 바이러스를 완벽히 퇴치 가능한 백신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먼저 사라진 이유도 이 사람들 때문이라는 확신이 서자 마자 나는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