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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에세이]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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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1월 24일 결혼기념일, 평소처럼 번잡한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이 출퇴근길에서 긴장감을 주는 일이 있다면
그건 에스컬레이터에서 발견한 풀려진 신발끈이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순간  머릿속 피어나는 불길한 생각.
풀려진 신발끈이 에스컬레이터에 말려 들어가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앞선 생각과는 다르게 난 무사히 윗 세계에 안착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다시금 환승을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풀려진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맨다

문득 결혼은 이 신발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해 봤다.
맺을 결 , 혼인할 혼, 결국 결혼은 서로를 맺는 행위다

결혼은 마음의 끈이 얽히고 설키는 그런 행위다
마음 뿐이랴 부수적인 경제적인 부수적인 요소도 다 얽히게 된다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얽힘과 맺음
그렇게 맺어진 매듭은 우리는 영원할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영원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실 본능적이라기보다는 삶의 체험에 얻어지는 교훈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오늘 아침 풀려진 신발끈 처럼 말이다.  

결국 결혼의 본질도 끈과 끈을 맺는 신발끈의 성질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무리 풀리지 않게 묶는다고 노력하더라도 결국은 풀려버리는 신발끈 처럼 말이다.

그 흩어진 마음들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줘야한다.

어떤 노래가사처럼 ‘사랑이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라는 명제에 나는 동의한다.
사랑이라는 부분이 99%를 차지한다는 연애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반드시 풀려진 매듭을 다시금 맺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언젠간 에스컬레이터에 빨려들어갈 수 있는 풀려진 신발끈처럼 늘 불안해야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쳇바퀴 같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두 다리를 보존
할수 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신발끈을 고쳐 매듯 부부사이의 관계 끈도 다시금 고쳐 매어야 겠다.
저 앞에 보이는 꽃집으로 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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